지금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영화를 보려고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함께봤던 「드라큘라」류의 영화가 처음입니다.
딱히 긴장감으로 느끼는 재미보다는 '무서움'만 느끼고 왔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돌이켜보면 지금은 웃음이 나올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침 제 방 창문 근처에는 2미터 가량되는 높이의 옷걸이가 있었는데,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면서 옷걸이로 인해 생긴 실루엣 때문에
자꾸 드라큐라가 연상이 됐던 겁니다. 복도식이라 (그 당시 90년대 초반에 준공된 아파트들은 대부분이 복도식이었습니다) 춥기도 했지만,
잠을 잘 무렵에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어김없이 생기는 그 형태 때문에 덜덜 거리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눈도 뜨지않고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이 너무 조각조각이라, 정확한 제목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인데.
마지막에 해가 뜨면서 돛에 매달린 드라큘라가 타면서 영화가 끝나는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옆으로 새어버린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학창시절봤던 영화라고 해도, 「101 달마시안」,「하나비」정도밖에는 없었습니다.
관심이있어도 대학입시라는 명분 때문에 어떤 것이든 자유롭지 못했던 점도 한 몫했지요.
그러던 시기에 논술대비를 위한 학원에서 뜻하지도 않게 접했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찰리채플린의 『모던타임즈』(ModernTimes) 입니다.








대사는 모두 화면 속에 글씨로 나오고, 오로지 흑백으로만 나오는 영화가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도 좋아하는 영화를 손꼽으라면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업화되면서 인간이 기계처럼 부려지는 현실을 스토리에 담아냄으로서 관객마저도 갑갑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어이없는 기계화의 현실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찰리채플린의 모습은 개성이 있기에 튈 수밖에 없습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소심한 저항을 하다가 정신병까지 들어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그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합니다. 찰리채플린 흑백영화가 가진 특징입니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나씩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모던타임즈에서는 돈과 사회적 적응력쯤되겠네요)
하지만 관객은 오히려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낍니다.





 
평범하다 못해 바보스럽기까지한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도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바쁘게 출근하고, 일하고, 경쟁하고.
영화가 만들어진 시점이 20세기 초반인 점을 감안한다면 선견지명이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편리해졌지만 딱히 삶의 수준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양적인 성장을 이루고 질적으로 정체를 거듭하는 현재와 영화 속 현실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던 영화 모던타임즈. 이 영화가 없었다면 아마 영화를 보는 시각도 많이달랐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인 시각도 지금보다는 덜 비판적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풍자만 가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풍자적인 모습의 뒤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죠.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니까" 라는 모습의 장면도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어쩌면 동화같은 그의 영화스타일이 유치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단순히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몸개그를 보여주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찰리채플린은 영화를 통해 '인간'을 가장 부각시키고 있었습니다. 
"몰인간적이고 몰개성적인 공업화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그의 영화는 여운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조금은 열려있지만, 그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만의 방식이 아니었나 합니다.


얼마전에 알라딘에서 찰리채플린 단편영화 DVD를 팔길래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릴 적 보았던 채플린 흑백영화에 대한 향수가 큰 영향력을 행사했죠. 
간만에 주말에는 찰리채플린 향수에 젖어봐야겠습니다. 보다가 혹시 포스팅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저도 비판적이지만 항상 사람에 대한 희망만은 놓지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의 영화를 추억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