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영화를 몰아쳐서 보게 됐습니다.
심야의 FM에 이어 얼마전에는 현재 대세라고 하는 부당거래까지 쓸어담았는데요,
오늘 이야기해볼 영화는 조용해야할 심야를 떠들썩하게 한 「심야의 FM」입니다.




1. 모든 것을 펼쳐놓고 시작하는 도입부. 하지만 의미는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
택시, 납치, 그리고 라디오 방송. 녹음된 방송을 능숙하게 되감아 듣기까지하는 범인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첫 희생자가 발생합니다.
눈치가 빠른 분이시라면 녹음된 부분을 반복할 때 그 문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 연쇄살인범은 영화에서조차 보고싶지 않아요"

그리고 영화는 고선영이라는 라디오 DJ의 마지막 방송 파티로 시점이 바뀝니다.
마지막 방송을 기리면서 예전에 일했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고선영의 성격이 모두 드러납니다.
클로징 멘트로 인해 앵커자리에서 하차도 한 듯한 고선영. 고별파티에서조차 담당PD랑 티격태격합니다.
평소에 얼마나 마음대로 행동했으면 마지막 날까지 저럴까 싶은 장면이면서 보낸 적 없는 편성표에 대한 의문점.

고선영이 택시를 타고 방송국으로 이동하는데, 작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눈치있는 분이라면 영화 첫 장면의 택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오는 고선영은 그 상황에 대해서 가볍게 내뱉습니다. 물론 그 말은 나중에 자신을 옭아맵니다.

위의 공통점은, 고선영의 말로 인해 모든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선영은 앵커시절 했던 클로징멘트로 앵커에서 하차했고,
이 후 라디오 DJ에서 활동하지만, 방송에서 하는 그녀의 멘트에 범인은 집착을 합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무심코 했던 말들로 범인의 범행대상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어디서든 가볍게 내뱉는 말들도 누군가는 듣고 있을 수 있다 것이죠.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고선영의 독단적인 결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담당 PD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선곡을 바꿔버리고 이로인해 고선영은 동생을 잃게되니까요. 
이런 스토리는 타겟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섬뜩함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2. 조용한 긴장감에 숨죽이다.

영화는 고선영의 집에 한동수가 침입하면서부터 긴장감을 더 합니다.
고선영의 동생과 아이를 인질로 삼고, 고선영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시킨대로 방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동생부터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한동수.

악역에 완전히 녹아들어간 유지태는 한동수 그 자체다.



심각성을 깨달은 고선영은 한동수가 낸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5년간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조사해달라고 보낸 경찰들까지 한동수에게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동생의 목숨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가장 긴장감이 고조된 장면은 크게 두 군데로, 그 첫 번째가 위에 언급되는 한동수의 가택침입 시점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한동수의 무자비함과 그 앞에서 공포에 떠는 인질, 그리고 그에 맞서는 고선영의 대처.
이 세 가지가 팽팽하게 맞서야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그 중 가장 백미는 말할 수 없는 은수였습니다.
은수는 이 단계부터 긴장함을 잘 표현해주는 감초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말을 할 수 없지만 그 덕분에 한동수에게 발각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끔찍한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조용한 비명소리를 통해 공포를 표현해냅니다. 

영화의 긴장감 조성에 한 몫한 은수. 하지만 너무 의젓하다.



너무 의젓한 부분이 또래의 아이와 비교해 어색하지만, 의사표현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은수가 겨우 전화를 손에 넣지만 전화통화가 가능한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엄마인 고선영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선영이 직접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영화는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3. 추격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사실 영화는 한동수가 아이들을 납치하고 이동해버리면서 맥이 풀립니다. (영화의 주제가 불명확한 탓도 있습니다)
자신을 추격하는 경찰을 비웃으며 따돌리는 한동수와,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완벽주의자 고선영.
그리고 계속해서 한동수에게 당하는 경찰의 모습이 답답해 보입니다.
오히려 말수는 적지만 고선영을 더 잘알고 있는 손덕태가 항상 한 발 먼저 실마리를 풀어냅니다.
물론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남아있지만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 자동차 추격신이 들어가면서 내용은 조금 느슨해 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흐름상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아이들을 구해야한다는 생각에 고선영은 한동수의 의도(?)대로 허물어져갑니다.
아이가 트렁크에 타고 있다는 말에 한동수와 몸싸움 중인 경찰차를 뒤에서 밀어버리고,
쫓아온 폭주족들을 밀쳐내는 등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게 됩니다. 
한동수는 이같은 고선영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합니다. 

"이제야 파트너답네"

목적이 행동을 합리화 시켜주기 시작한 모습에서 한동수 자신을 찾아낸 것이죠. 



영화막바지에 한동수는 결국 고선영마저 납치합니다.
라디오 방송을 계속해서 진행시키면서 한 남자를 끌고옵니다.
그리고 그를 죽이라고 강요합니다. 따르지 않을 시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고선영은 갈등합니다.
평소 악인들의 처벌을 공공연하게 주장해온 고선영이지만, 이런 식의 심판을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절차가 빠져버린 심판을 강요받으면서 방아쇠를 거의 당길뻔하지만, 다행히 은수의 재치로 손덕태가 아이들을 구출합니다.

한동수의  발악과 고선영의 손에 잡힌 총구는 한동수에게 향하고 
곧 이어 이어지는 총성, 그것으로 모든 상황은 종지부를 찍습니다. 



4. 명분에 따른 당신의 행동은 정당한가?


사실 영화의 구조상「심야의 FM」은 전형적인 스릴러 구조를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한 때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라는 스포일러로 유명했던 식스센스라든가, 
절름발이의 대변신을 보여준 케빈스페이시 주연의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으레 들어가있는 반전도 없었고, 인셉션처럼 마지막부분을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방식을 취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몰입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공감대를 끌어낼만한 범죄를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고선영이 방송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스토커는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기에 어렵지 않은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고, 주의를 기울여 관리하지 않는 일반인의 경우 정보수집은 더욱 용이합니다.
그렇기에 관객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늘 그런 상황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죠.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게됩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든 명분을 내세웁니다.
'일단 내가 살고봐야지' 혹은 '다수결의 원칙' 과 같은 명분에 따라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몇 벌씩 껴입은 옷은 자신의 생각을 방어하려는 심리로 해석해볼 수 있다.




한동수는 '사회에서 인간 쓰레기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처리방식을 제외하고 명제만 살펴보면 상당히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동수의 행동은 옳게 평가받지 못합니다. 사회적 규칙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죠.
정당한 법 절차를 밟아서 사법기관을 통해 처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는 합니다. 합법의 울타리에 숨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법의 한계를 느낄때마다 사람들은 영화「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처럼 일탈을 꿈꾸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심야의 FM에 등장인물은 모두 우리 내면에 있는 자아가 투영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고싶은대로 행동하는 한동수나,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고선영.
방송사를 위해 방송을 중단시키는 방송사 사장, 그리고 담당 PD와 엔지니어 및 작가 등. 모두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지위, 상황에 따라 선택지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결정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내라는 것입니다.
물론 안타까운 부분이라면 주로 힘없는 사람들의 선택지는 몇 가지 없고, 뭐라도 가진(돈이든 권력이든) 사람들의 선택지는 폭이 더 넓다는 점이죠.




5. 두 택시 드라이버의 어색한 만남 한동수와 트래비스.

영화 속 한동수는 정신이상자로 나옵니다. 
이런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고선영의 심야 라디오 방송이었습니다. 
택시운전을 하는 한동수가 심야 방송에서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주제곡을 듣고,
같은 택시드라이버인 주인공 트래비스를 따라 심판자의 역할을 하게되고 이를 소개한 고선영의 방송을 들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위안을 받고 정당화 시키게되는 부분은 우연치고는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각본같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하지만 1976년작 택시드라이버를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꼈습니다.

실제 영화속 트래비스는 심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한동수와 비슷한 점이 찾자면
둘 다 사회부적응자였고 인간쓰레기는 처리해야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동수와는 달리 트래비스는 판단력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일탈'을 꿈꾸고 있었던 뿐입니다.

(택시드라이버에 관한 이야기는 길어지니 다음기회로)

라디오 DJ 고선영. 마지막 방송 2시간동안 살인마 한동수와 사투를 벌인다.



한동수는 고선영이 이야기하는 일부분만으로 자신만의 트래비스를 만들어냅니다.
지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한동수의 삶을 지탱시키는 수단일 뿐. 실제 트래비스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죠.
그리고 급기야 만들어낸 트래비스의 삶을 자신에게 동일시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이른 바 심판의 시작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고선영의 멘트는 한동수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에 너무나도 시기적절합니다. 
아니 어쩌면 한동수는 고선영의 방송을 녹음하고 필요에 따라 반복청취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영화내용에 나오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때문에 한동수는 고선영의 라디오 프로그램 하차소식과 더불어 연쇄살인범에 대한 혹평을 보고 이를 바로잡으려 한 것입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이죠. 하지만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그의 행동은 정당화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살인범일 뿐이죠.



6. 영화에 관한 생각.


일단 「심야의 FM」은 싸이코 스토커인 한동수를 통해 스토리를 원만하게 잘 풀어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단순히 유명인들만 겪는 스토리로 끝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시사합니다.
그것은 한동수나 손덕태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달랐지만 한동수는 고선영을 자신의 멘토처럼 여겼기에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손덕태는 그녀가 착해보여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고선영을 따르고 도와줍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유명세와는 달리 아주 단순한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명인은 일반인보다 조금 더 노출빈도가 높고 이를 통해 쌓아온 이미지의 덕을 많이 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고선영은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따라서 고선영을 단순히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고 '나와 관계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범죄는 사람을 가리지 않거든요.


그밖에 영화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뭔가 무게를 잔뜩 잡고 이야기를 시작은 했는데, 기억에 남는 부분이 부분 부분입니다.
말조심을 하자는 것인지, 사람은 겉으로 평가하지 말자는 것인지 무엇하나 시원하게 뽑혀나오지는 않습니다.

(물론 영화가 굳이 주제가 명확하게 있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스릴러 영화가 액션이나 공포와 손을 잡는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야의 FM」은 그런 스릴러가 아닙니다. 마지막에 악당을 물리치기는 했지만 단순한 주제로 보기에는 배치된 소재들이 무겁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는 관객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심야의 FM」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특이하지만 공감대를 가진 소재를 잘 풀어낸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 스릴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수애 씨의 변신을 주의 깊게 봤는데, 아직은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크게 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가능성을 발견한 만큼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p.s. 

영화 출연진 중 백미를 뽑으라면 물론 유지태 씨, 수애 씨도 잘했지만 저는  마동석 씨를 뽑고 싶습니다.
부당거래에도 출연중이시죠. 물론 우직한 스타일에 이미지가 굳어져 있기는 합니다만 한동수와 대비되는 캐릭터를 잘 살렸습니다.

Canon | Canon EOS-1D Mark III | 1/80sec | F/3.2 | ISO-1600

손석태는 유일한 한동수 견제 인물이다.




영화의 중반부터 손덕태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고선영을 도와줍니다.
한동수가 내는 문제를 정확하게 맞추는가하면, 아이를 납치해 아파트를 나가려는 한동수와 몸싸움도 벌입니다.
경찰도 찾지못한 한동수의 은신처를 정확하게 짚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손덕태의 마음은 고선영에게 철저하게 외면 당합니다.

반면 트래비스라는 애청자 행세를 했던 한동수는 그녀를 통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급기야 그녀를 조종하려고까지 합니다.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도와주는 손덕태와 한동수는 그래서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정작 고선영은 나중에 가서야 손덕태의 진심을 알아줍니다.

사람의 첫인상이 인간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할 줄 모르는 손덕태의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미련해 보이기 까지합니다.
영화 흐름상 너무 비중을 높이면 흐름을 저해할 수밖에 없기에 묻힐 수밖에 없는 인물이 손석태는 실제 영화 속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손석태는 한동수를 돋보이게 해주는 인물이면서 유일하게 한동수를 견제하는 인물이기에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의 주연은 아니었지만 손석태 역을 잘 연기해 준 마동석 씨는 숨은 공신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상으로 부족하지만 영화「심야의 FM」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자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부당거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너무 뻔한 포스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야의 FM 상세보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영화를 보려고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함께봤던 「드라큘라」류의 영화가 처음입니다.
딱히 긴장감으로 느끼는 재미보다는 '무서움'만 느끼고 왔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돌이켜보면 지금은 웃음이 나올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침 제 방 창문 근처에는 2미터 가량되는 높이의 옷걸이가 있었는데,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면서 옷걸이로 인해 생긴 실루엣 때문에
자꾸 드라큐라가 연상이 됐던 겁니다. 복도식이라 (그 당시 90년대 초반에 준공된 아파트들은 대부분이 복도식이었습니다) 춥기도 했지만,
잠을 잘 무렵에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어김없이 생기는 그 형태 때문에 덜덜 거리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눈도 뜨지않고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이 너무 조각조각이라, 정확한 제목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인데.
마지막에 해가 뜨면서 돛에 매달린 드라큘라가 타면서 영화가 끝나는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옆으로 새어버린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학창시절봤던 영화라고 해도, 「101 달마시안」,「하나비」정도밖에는 없었습니다.
관심이있어도 대학입시라는 명분 때문에 어떤 것이든 자유롭지 못했던 점도 한 몫했지요.
그러던 시기에 논술대비를 위한 학원에서 뜻하지도 않게 접했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찰리채플린의 『모던타임즈』(ModernTimes) 입니다.








대사는 모두 화면 속에 글씨로 나오고, 오로지 흑백으로만 나오는 영화가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도 좋아하는 영화를 손꼽으라면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업화되면서 인간이 기계처럼 부려지는 현실을 스토리에 담아냄으로서 관객마저도 갑갑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어이없는 기계화의 현실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찰리채플린의 모습은 개성이 있기에 튈 수밖에 없습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소심한 저항을 하다가 정신병까지 들어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그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합니다. 찰리채플린 흑백영화가 가진 특징입니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나씩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모던타임즈에서는 돈과 사회적 적응력쯤되겠네요)
하지만 관객은 오히려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낍니다.





 
평범하다 못해 바보스럽기까지한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도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바쁘게 출근하고, 일하고, 경쟁하고.
영화가 만들어진 시점이 20세기 초반인 점을 감안한다면 선견지명이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편리해졌지만 딱히 삶의 수준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양적인 성장을 이루고 질적으로 정체를 거듭하는 현재와 영화 속 현실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던 영화 모던타임즈. 이 영화가 없었다면 아마 영화를 보는 시각도 많이달랐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인 시각도 지금보다는 덜 비판적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풍자만 가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풍자적인 모습의 뒤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죠.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니까" 라는 모습의 장면도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어쩌면 동화같은 그의 영화스타일이 유치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단순히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몸개그를 보여주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찰리채플린은 영화를 통해 '인간'을 가장 부각시키고 있었습니다. 
"몰인간적이고 몰개성적인 공업화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그의 영화는 여운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조금은 열려있지만, 그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만의 방식이 아니었나 합니다.


얼마전에 알라딘에서 찰리채플린 단편영화 DVD를 팔길래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릴 적 보았던 채플린 흑백영화에 대한 향수가 큰 영향력을 행사했죠. 
간만에 주말에는 찰리채플린 향수에 젖어봐야겠습니다. 보다가 혹시 포스팅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저도 비판적이지만 항상 사람에 대한 희망만은 놓지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의 영화를 추억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다짐해봅니다.

 


영화 관람에 관한 '한 달에 한편' 이라는 궤변을 내세워, 10월에도 어김없이 영화를 봤다.

최근에 봤던 영화를 정리해보자면, 

8월 말 개봉한 -나름 '공포'라 생각했던- 「피라냐」, '해변의 여인들(?)'과 '피'밖에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실수였다.
식인 물고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만 남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미 멸종해 화석으로만 볼 수 있던 식인 피라냐가 서로를 먹으면서 살아남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그럴싸한 배경을 뒤로 한 채,
열심히 흔들고(?) 뜯기다가 끝난 「피라냐」를 보면서 공포 영화 소재력의 한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서영희 씨의 열연에 빛나는「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원빈 원맨쇼「아저씨」로 9월을 보내고
10월에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눈을 자극하는 기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불청객」이다. 


-- 위 포스터의 검은 녀석이 악당 포인트맨이다 --



포스터만 봐도 느껴지는 'B급 무비'의 포스에 영화 티켓값이 조금은 아깝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같은 고민은 어느 정도 기우로 끝낼 수 있었다.



1. 평범하지만 특징적인 등장인물, 게다가 남 얘기 같지가 않아?!



-- 진식, 강영, 응일의 성격이 잘 나타난 사진이다 --

영화 속에 나오는 주요 등장 인물은 크게 4명.
진식, 강영, 응일 그리고 악당 포인트맨이다.

눈치 있는 분들은 이미 알시겠지만, 등장 인물의 실제 출연진의 이름과 동일하다.
감독 이응일의 실제 자취방 멤버들을 캐스팅함으로서, 극중에 유명출연진은 고사하고 모두 옆집 형 동생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보통 관객은 주연배우에게 동화돼 감정의 동선을 따라가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나 평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진식'의 개인적인 독백에 의지하여 진행된다. 

진식은 자취방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며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강영은 감수성이 풍부하여 평소 리코더 자주 부는 캐릭터로, 응일은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철없는 막내캐릭터로 등장한다. 
평범하지만 뚜렷한 특징을 지닌 세 캐릭터의 만남에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준비를 하는 진식에게 리코더를 불어대는 강영은 얄미운 존재다. 몰래 리코더의 반쪽을 분리해 강영이 못찾게 숨겨버린다. 
또 게임만하는 응일을 Loser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고 생각하면서 살고있다.

-- 항상 리코더를 부는 강영 --

-- 우주에서도 진식은 공부로 현실을 극복하려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진식의 꿈은 아니고. 단지 나은 삶을 위한 하나의 도구쯤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식과 강영, 응일 셋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한 공무원 시험 준비나 다른 핑계들로 자신의 처지를 방패막이를 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도 많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진식이 현실성 떨어지는 강영과 응일을 인생의 패배자로 생각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신과 그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꼇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영화 속 진식의 모습을 욕할 수는 없다.  진식의 모습은 영화를 보고 있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객과 동화된 진식을 통해 영화는 진행된다.




2. 포인트맨과의 결투와 단합의 의미


어느 날, 허름한 소포상자.

상자 겉표면에는 '봉인해제 시 계약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상자를 앞에두고 진식과 강영은 고민을 한다.
그 사이, 응일은 아무 생각없이 상자를 뜯는데 그 순간 포인트맨이 등장한다.
포인트맨은 은하연방 소속 수명은행과의 계약이 성사됐음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반항하는 응일을 초능력으로 제압한다. 
응일이 우리 말도 못하게 해버린 포인트맨은 세 명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욕하면서 집안에서만 지낼 것을 강압한다. 대신 포인트를 적립해주겠다는 이름값에 걸맞는 제안을 한다. 
포인트맨은 자신이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며 의미있는 일을 하는 존재라고 한참을 역설한다. 그는 곧 다시올테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긴채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사라진다. 
그 사이 자취방은 우주로 납치돼 셋은 꼼짝없이 감금되고 만다.

진식은 처음에는 현실을 외면하고 공부를 하려한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고해도 현실은 현실이다. 더욱이 지금은 위험상황아닌가. 
결국 온갖 방법을 통해 무전기를 만들거 연락을 시도하지만 발견한 것은 국회의사당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모습 뿐. 
좌절로 인해 생긴 분노로 진식과 응일은 몸싸움이 벌어지고 강영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리코더 연주로 극복하고자한다. 
그 갈등이 최고조로 달하는 순간, 뜻하지않게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소주병의 난입으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흘러간다. 소주병안에는 포인트맨의 정체와 약점, 그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 들어있었고 이를 알게된 셋은 의기투합하여 자취방 탈출을 시도한다. 


      -- 포인트맨과 삼각형, 영화 내내 저 삼각형은 끔찍스럽다 --              -- 세 명이 힘을 합친 3색 레이저빔, 너무 진지해서 웃을수도 없다 --


하지만 악당은 절대 한 번에 죽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포인트맨은 쉽게 쓰러지지 않고 셋의 수명을 흡수하며 괴롭힙니다. 응일과 강영의 수명을 차례로 흡수한 포인트맨은, 진식에게서 모든 수명을 빼앗아가려고 합니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그 순간 진식은 生卽必死 死卽必生 (생즉필사 사즉필생)을 외치면서 포인트맨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한다. 포인트맨을 속박한 사이에 진식은 강영과 응일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포인트맨과 블랙홀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포인트맨의 웃음소리. 나름대로 열린 해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포인트맨이 등장은 커다란 의미에서 외부적인 세력의 개입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이응일 감독은 2006년에 <불청객>의 시나리오를 쓸 당시 '론스타 사태'를 보며 초국적 금융자본의 힘이 우리의 일상마저 잠식하는 모습에 충격과 분노를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음 영화정보 제작노트 참고>
이같은 취지는 포인트맨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사들여 연장시킬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굉장한 일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실상 평범한 보험사직원의 목숨을 연장하고자 그들의 목숨을 요구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서 사람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물질적인 가치관은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지않지만 물질만능주의의 맹점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가지며,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꼭 물질만능주의에서만 찾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가치를 연봉따위로 가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포인트맨의 정체와 그 배경은 이 영화의 깊이를 주는 설정이라 할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진식, 강영, 응일이 갈등을 멈추고 단합된 행동을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세력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해결방법도 중요하지만 다같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 셋의 공격은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영화안에서 쓰레기로 취급받는 세명의 반격에 포인트맨도 곤혹스러워했으니까. 게다가 유일하게 셋의 단합을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징적인 세 명의 단합은 같은 상황에 처한 다양한 서민들을 표현했다고도 해석하고 싶다.
그렇게보면 불청객이 딱히 나쁜 영향만 준 것은 아니었던건가?



-- 서로 힘을 합쳐 포인트맨과의 전투를 준비하는 세 사람 --





3. 영화의 결말과 관전 포인트


잠시 후 깨어난 강영과 응일은 현실로 돌아온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는 그 경험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뺏긴 수명만큼 흰머리가 생겨있었다.
그리고 둘은 진식을 찾으러가자는 말을 하고 수북히 쌓인 고지서더미를 문으로 밀며 밖으로 나와서 목적지 없이 걸어간다. 
갑자기 이 부분에서 영화는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듯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물, 바람, 공기와 같은 것들을 정의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흐름에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것들의 의미를 찾아가는 강영과 응일의 모습이라면 기분좋게 받아줄 수 있을 듯 하다.
비록 마지막까지 진식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은 그들의 발걸음은 해가 저물어감에도 계속되고 있었고 그것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진식이 포인트맨과 타협(마지막에 진식을 회유하는 장면이 나오고 진식도 잠시나마 고민을 하는 장면이 있다)을 한 것이라고 보는 관객들도 있다. 또한 이러한 결말이 불청객2 를 염두에 둔 감독의 포석이라는 예상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영과 응일이 진식을 찾아나선 마당에 타협설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마지막 결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타협에 관련한 부분은 안타까운 마음에서라도 배제하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주목해야할 것은 '저예산 영화'답게 사용된 CG효과 부분이다. 특히 포인트맨의 등장부터 상당한 장면들을 CG로 처리했는데 사실 퀄러티로보자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특히 울트라맨, 후레쉬맨 등을 연상케 하는 3색 레이저빔으로 포인트맨을 공격하는 장면은 정말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하지만 유치해보이는 CG 효과 사이로 배우들의 결연한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한 나머지 웃음과 동시에 긴장감을 조성함은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표현될 지 기대까지 하게 만들었다. 정말 유치하지만 그마저도 즐기듯 사용하는 CG 처리가 가져온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영화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의 '마이너'버전을 보는 것과 같은고 해야할까? 다찌마와 리에서 보여준 유치함을 무릅서고 이어지는 패러디의 봇물, 배우들 간의 대사를 일명 '옥희'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톤으로 더빙한 것처럼 불청객또한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불청객은 정말 저예산 영화가 아니던가? 이를 극복해낼 정도의 노력이라니 박수를 쳐주고싶다.




4. 영화 관람 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필름포럼을 서성거리는 사람을 한 명 발견했는데 뜻밖에도 이응일 감독이었다. 영화 제작에서부터 CG처리와 함께 포인트맨과 응일의 2역까지 소화해낸 그의 모습은 더도 덜도말고 딱 영화 속 응일같았다. 반갑기도 했지만 막상 말걸기가 조심스러워 몇 마디 나눠보지는 못했다. 
다만 "분당에서 여기(필름포럼 이대)까지 멀리서 오셨네요" 라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를 보면서,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느꼈다. 자취방을 구하면 그 옆 방에 살고 있을 법한 형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차마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요청하지도 못하고 쭈삣거리다가 나오고 말았다. 다른 때는 잘도 뻔뻔하면서 막상 이럴 땐 소심해진다.

어쨌거나 이렇게 불청객 관람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걱정과는 다르게 나름 보람찬 영화관람을 할 수 있어서 기분도 상쾌했다. 개인적으로 실험정신을 앞으로도 많이 발휘해서 비슷한 영화를 자주 찾아봐야겠다는 작은 결심도 하게만든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영화 불청객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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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식을 좌절하게 한 국회의사당, 가장먼저 블랙홀로 빨려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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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응일 감독이 직접 입고 촬영했다는 포인트맨 용 소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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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에 위치한 필름포럼 내부 사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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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ikiti.tistory.com BlogIcon Tikiti 2010.10.27 13:08

    조금 지각해서 앞쪽 10분 정도를 못본게 아쉬웠지만
    정말 마구 웃으면서 봤던 영화.ㅋ
    의미심장하게 희망적이었지 :D

    • Favicon of https://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10.27 17:35 신고

      유치하지만 가볍게 흘릴수가 없는 의미심장함에 숙연해지는 영화였음:)

영화 인셉션을 보기 전에 개인적인 편견(?)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블록버스터가 그렇다는건 아닙니다만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는 속 빈 강정이다.

인셉션을 본 후, 이 편견은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걱정을 뛰어넘은 영화였다





스케일이 클수록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해집니다.
'다이하드'와 같이 액션을 통한 권선징악의 실현이 주요 골자가 되거나
'아마겟돈'처럼 크게는 인류애, 작게는 가족애를 소재로 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인셉션은 블록버스터 임에도 주인공인 '코브'가 가진 과거의 아픈 과거를 스토리에 녹여냄으로서 
관객들의 마음을 주인공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줍니다. 단순한 주제로 남기를 거부한 것이죠.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1/80sec | F/3.2 | ISO-400
항상 심각한 코브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인공 코브가 가진 아픈 기억들은 '인셉션'을 방해하는 변수를 일으킵니다.
(뜬금없는 기차의 등장이나 이미 죽은 부인 '맬'의 등장 - 영화에서는 쉐도우라고 합니다.)
그 덕분에 단순한 액션의 나열로 지루함 후에 '던져주는'급 해피엔딩'은 없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고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꿈이라는 소재가 가장 큰 이유이긴 합니다만
스토리에 잘 녹여낸 감독의 역할이 없었다면 그저그런 "꿈같은 이야기"에 그쳤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는 심리묘사에 달인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개봉했던 '인썸니아'에서  놀란 감독은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백야현상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카메라 워크로 절묘하게 녹여냅니다.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암스'의 열연과 결합하면서 이를 화면에 담아내는 것에 성공합니다.  (2000년 '메멘토'또한 논란의 여지가 없지요.)

그의 세심함은 블록버스터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를 연달아 흥행에 성공시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가?"라는  단순하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명제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이 부분에서 히스레저의 연기는 정말 큰 몫을 했습니다. 그를 못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화려한 액션 뒤에 찾아오는 묵직한 고민에 영화는 관객의 마음속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가슴 속에 큰 여운을 주었습니다.
영화 인셉션 또한 비슷한 구조이기에 성공은 정해져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꿈이기에 가능한 네모난 지구



인셉션의 배경은 꿈이지만, 이미 눈치빠른 관객은 이 영화가 단순히 남의 '꿈'을 도둑질하는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우리가 내면 깊숙하게 숨겨져 있는 그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를 끌어내기 위해 단순히 '도둑질'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심는 '인셉션'을 주인공이 해야만하는 스토리로 이어갑니다.

주인공 코브는 이미 인셉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나오지만 자신의 아내 '맬'에게 매우 성공적으로 인셉션을 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50년간의 꿈 생활을 접고 코브와 맬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아내 맬은 인셉션의 부작용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코브가 심은 '현실이 아니다' 라는 생각하나가 맬의 의식을 완전히 잠식해버립니다. 결국 현재의 삶을 꿈이라고 생각하게된 맬은 꿈에서 벗어나고자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 사건으로 코브는 맬에 대한 죄책감을 항상 안고 살게되고, 아리아드네가 꿈을 설계할 때 "현실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라는 충고를 합니다.


이 부분부터 인셉션은 세 가지 생각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첫 번째로 코브와 맬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로 '현실(?)을 규정받는 것', '꿈(?)을 받는다는 것'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꿈이란 스스로 키워야 이뤄냈을 때 비로소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남이 만들어준 꿈은 삶을 결과적으로'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줄지는 몰라도 그 이상은 힘들 것입니다. 
코브가 맬에게 가졌던 죄책감을 떨치고 그녀를 보내줄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꿈꿨던 삶을 꿈에서나마 이미 이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생각은 사이토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사이토는 코브에게 생각을 심는 일을 의뢰합니다. 하지만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꿈 속에서 사고를 당하고, 깊은 꿈 속 밑바닥에 빠져버리는 림보상태가 되고 맙니다. 코브는 의뢰가 성공한다해도 사이토가 자신의 신변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안되기에 그를 구하러 꿈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갑니다. 영화의 첫 시작장면과 다시 이어지면서 마지막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막스에 해당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쉐도우로 등장하는 맬




상처를 입은 사이토는 자신의 꿈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고자하는 일이 잘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수많은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쉬움, 슬픔, 분노, 좌절 등 여러 감정이 있겠지만 꿈이 좌절된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포자기'라고 불리는 좌절감입니다.'난 이대로 평생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거야' 라고 느끼는 감정'늙어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살아가겠지'라는 사이토의 림보상태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용기'입니다.
자신앞에 놓여있던 총을 사이토는 사용할 용기가 있었을까요? 마지막과 연결되는 이 부분에는 사실 조금은 논란이 있긴하지만 첫 꿈 속에 들어와서 했던 사이토의 말을 생각해보면 Yes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 번째 생각은 인셉션의 대상이었던 '피셔'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비록 그는 생각을 인셉션 당하는 타겟이지만  단순히 주입한대로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옆에서 '부추겼다'라고 하는게 더 가깝지요. 이는 전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인셉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일 때 보다 성공확율이 높다"는 임스의 말은 코브-맬의 경우를 봐도 지극히 타당한 선택이고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부정적인 사람이라도 그 내면에는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심리가 있다는 점 입니다. 맬에게 처럼 '지금 삶은 현실이 아니야'라는 식의 생각을 주입하려했다면 분명히 실패했을 것 입니다. 
이런 정반대의 심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시켜주는 장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1/100sec | F/3.5 | ISO-800

캐릭터 임스는 매우 여유있다. 긍정적일 수밖에 없나?





결국 놀란 감독이 인셉션으로 이야기하고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란 감독은 그 답을 관객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해피앤딩으로 끝나가는 마지막 장면, 코브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만나는 직전에 테이블 위에 팽이를 돌립니다.
이 팽이는 맬이 현실과 꿈을 구분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토템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평소에는 팽이의 움직임에 집착하던 코브가 팽이의 움직임을 마지막까지 지켜보지 않고 갑니다.
불안한 마음을 재촉하듯 카메라는 한참 전에 나갔음에도 아직도 돌고 있는 팽이를 보여줍니다.
위태위태한 순간 쓰러질듯 돌아가는 팽이의 마지막을 감독은 확인시켜주지 않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너희들은 아직 꿈꾸는 중인겨?!


 



팽이는 계속 돌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결국에는 쓰러졌을까요?
꿈과 현실의 구분을 남이 해주어서는 안된다는 명제를 스스로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감독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놀란 감독다운 결말과 여운에 아쉬움이 남지만 결론은 결국 관객 스스로가 내려야할 몫인 듯 합니다.

p.s :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대한 불만입니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이렇다




       너무 잘 짜여진 스토리가 코브의 내면 연기를 오히려 방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맬 역으로 나온 마리안 꼬띠아르의 연기가 없었다면 코브의 무의식이 이만큼 잘 표현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psychos.egloos.com BlogIcon 호모싸이코스 2010.08.11 00:00

    음.. 내가 아직 영화를 안봐서 글을 읽어도 사실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가 않네.글을 다시 읽어보는 중이야. :)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08.12 00:00

      안본 사람을 위한 글은 아니라서 그럴지도 앞으로는 그 부분을 고려해야겠네.

"영화를 봐야지" 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영화가 몇이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몇 편 있는 듯도 싶다.
1996년도에 개봉했던 '101 달마시안' 이라는 영화와
1997년도에 영화를 보러갔다가 개봉영화중에 끌리는게 없어서 보게된 '하나비'라는 영화.
좀더 거슬러올라가면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시절에 부모님과 같이봤던 드라큐라 이정도였던가?

물론 망설임이 없었다는 것이 영화의 흥행이나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뿐......

그만큼 웹툰을 보고난 후의 감동이 영화로 재현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기대감이 컸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끼'를 보고 왔습니다.

앞서 글을 썼다시피, 박해일과 정재영을 비롯한 많은 출연진들의 열연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글쓴이의 친구가 이야기했듯,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이 좀 걸리긴했지만
'원작이 튼튼하니 절반은가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 '이끼'는 그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1. 각 캐릭터의 특징을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

클릭

원작에서 류해국은 앞뒤 꽉막히고 타협을 모르는 집요한 캐릭터 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굽히지 않으며, 타협하라는 검사의 회유와 협박을 고스란히 녹음을 하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나머지는 신경쓰지못하는 성격 탓에 부인과도 이혼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영화 '이끼'에서의 류해국은 집요하긴 했지만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이었으며, 꼼꼼하긴 했지만 서툴렀습니다.
물론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산골마을에서 제정신을 차리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류해국은 두 번째 위협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되고,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런 류해국을 이영지가 되려 닥달하는 모습마저 나옵니다.

당연히 영화 전체적으로 류해국의 모습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나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유는 결말에 나오더군요. 일단 패스.

덕분에 상대적으로 천용덕, 류목형, 전성만, 하성규, 김덕천, 이영지, 박민욱 캐릭터는 살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됐죠. 주인공이 그 비중을 살리지 못하는 영화는 끌어당기는 맛이 없습니다. 오히려 젊은시절의 류목형이 더 눈에 들어왔으니 말 다했죠. 그나마 천용덕과 김덕천, 박민욱 이 들 세 캐릭터가 없었으면 영화는 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들 캐릭터도 많이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천용덕의 모습은 류목형을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채우고 권력을 키운 인물로 비춰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연출해내지 못했으며, 김덕천의 대사들은 맛깔스럽고 코믹하긴 했으나 천용덕의 표현처럼 "백지"를 보여주기엔 미흡했습니다. 덕분에 김덕천은 천용덕 밑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다 죽은 "착한 코미디언"으로 남게 됐네요. 더욱이 박민욱 캐릭터는 전형적인 요새 검사들을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고, 등장할때마다 재미를 선사했지만 정작 류해국의 제보를 듣고 반신반의 조사를 하다가 "껀수하나 건진" 타락한 검사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그런 껀수를 건지게 해준 류해국에게 "꼴통 기질을 빼면 좋은사람이야"라고하는 대사까지 합니다.



2. 개연성 없는 사건의 나열, 영화를 풀어가지 못했다.

클릭

이렇게 엉성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영화를 풀어간 것은 어찌보면 다행스럽다라고 표현해야할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작부터 영화는 엉성하기 그지없습니다.
원작 이끼를 보지않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든 논란의 시작은 류해국이라 생각할 것이고, 무언가를 감추는 마을사람들이 그 원인이지요. 영화의 전개는 그렇게 강요하듯 시작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류목형의 죽음을 전해듣고 시골까지 내려왔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을에 남으려 합니다.
단지 마을 사람들은 이유없이 계속 서울로 보내려하고, 그런 마을 사람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류해국은
"제가 마을에 있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만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공동소유의 토지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급속도로 진행이되는데,
그제서야 천순경의 뒷조사 자료를 천용덕이 받아보는 장면에서 류해국이 남으려고 했던 첫 번째 이유가 나옵니다.
앞뒤가 전혀 맞지않는 것이죠.
집 밑으로 난 통로를 발견한 후에서야 밝혀진 이유는 단순히 억지를 만회하려는 구색맞춤과 지루하게 연속된 초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엮어넣은 느낌이 너무 강해보였습니다. 게다가 흐름을 끊는 환기성 장면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3. 억지로 엮은 스토리를 매듭짓는 뜬금없는 마무리.

클릭

어찌됐든 류목형의 죽음의 원인을 알아내려는 류해국을 중심으로 영화는 어떻게든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를 제보받은 박민욱 검사의 가세로 진행은 탄력을 받게되고, 2명이 죽고나서 천용덕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으면서
결말로 치닫게됩니다.
그 와중에 이영지는 이를 박민욱에게 알리고 마지막 결전의 날에 박민욱은 경찰들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면장면에서 천용덕은 이영지가 넘긴 결정적인 증거자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연행되기전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도 원인 불명의 분노를 내지르면서 자살을 합니다. 기가막힐 노릇이지요. 그많은 연줄을 가지고 있던 천용덕이 뭐가 아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면서 분노를 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죽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한 껀 올린 박민욱 검사는 첫 등장과 비슷한 짐싸는 장면을 통해 서울로 다시 복귀하게 되고 이를 통해 류해국과 화해하게됩니다. 그 뻗뻗했던 류해국도 이런 결말이 싫지는 않았는지 술한잔하자는 박민욱의 제안에 흔쾌히 전화 주겠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마을.

리모델링 된 건물들과 마을 중앙에 크게 들어선 교회와 놀이터를 보면서 한껏 밝아진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마을 제일 위에 위치한 천용덕의 집에 이영지가 보입니다. 반갑게 걸어가던 류해국은 문득, 자기가 마을을 처음오게된
아버지 류목형의 부고소식을 전해준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아버지 류목형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오셔야겠지요?"

류해국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저 멀리 이영지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알 수 없는 흐릿한 미소가 남고, 영화는 그렇게 이영지의 복수극처럼 마무리됩니다.

류해국의 첫 장면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천용덕은 류덕형의 아들이 왔다는 소식에 "어찌알고?"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애초에 결론을 지어놨던 것이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류해국 캐릭터의 나약한 모습은 이것을 염두해둔 설정이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나마 성공한 연출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뜬금없죠. 다 그려놓은 그림에 제출자 이름만 바꿔놓은 기분입니다.
원작이 너무 심심한 결말이라 그것이 싫었던 것일까요?

그 덕분에 영화는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코믹스릴러에 뜬금없는 반전이 추가된 국적불명의 영화가 됐습니다.
이 쓸데없는 반전과 여운은 두고두고 씁쓸함을 남길 듯 합니다.



4. 아쉬움이 남는 영화 '이끼'


원작을 각색한 영화는 그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재구성한 영화를 볼 때 많은 부분을 원작과 비교를 하게되고 실망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끼의 경우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원작과 완전히 똑같은 마을 배경과 등장인물들로 구성됐고, 이야기흐름까지 거의 비슷합니다. 결론을 제외한 매우 많은 소재들이 똑같은 것들로 사용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이끼는 캐릭터를 살려내지못했고, 그로 인해 스토리를 엉성하게 구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천용덕의 손에 놀아난 류목형의 복수를 이뤄낸 이영지라는 아주 단순한 반전스릴러가 된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원작을 너무나 감명깊게 봤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강우석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강우석 감독의 영화 투캅스, 공공의 적 등 그가 감독을 맡은 영화도 재미있게 본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분위기와 항상 빠지지 않는 웃음코드로 풀어가는 그의 방식이 이번 만큼은 이끼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긴 힘들다' 라는 말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 에테르 2010.07.15 00:00

    님이 보시고 작성하신 리뷰 잘읽고 갑니다.도움이 된 부분,그리고 몰랐던 부분 보고갑니다. ^^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07.15 00:00

      댓글 감사합니다. 도움되신 부분이 있었다니 저도 기쁘네요~_~

  • Favicon of http://psychos.egloos.com BlogIcon 호모싸이코스 2010.07.16 00:00

    너무 강우석 냄새 나는 작품..'이끼니까' 보러 갔지만 '역시 강우석' 하고 나오게 되는..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07.17 00:00

      이끼도 강우석의 손길만은 피해갈 수 없었던...

  • Favicon of http://lebius.egloos.com BlogIcon lebius 2010.08.06 00:00

    유해국이 서울 안간건 딱히 갈만한 곳도 없었고 마을 분위기가 아무래도 이상하니까 그랬겠죠. 위화감. 그런게 들었겠죠.(원작에선 어떤 뉘앙스라고 말하지만, 위화감이 들었다는 표현이 맞겠죠) 천용덕이 자살한건 이해가 되는데요. 누구하나 자신에게 태클거는 사람이 없었는데, 아들죽고 자기 제국이 심하게 훼손되니까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거겠죠. 그보다 검사가 5분 시간준게 더 이상함. 자살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말이죠. 그리고 전체를 영지가 계획했다고 할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할수도 있죠. 뭔가 기대한건 있겠지만, 결말까지 시나리오를 짤수는 없는거구. 변수가 한두개가 아니니. 유목형이 죽기전 유해국에게 전화한적이 있으니, 전화번호는 영지도 어찌 알수 있었다 할 수있겠죠. 원작과는 주제설정부터 좀 다르죠. 각색을 했으니 강우석 영화자체는 강우석 작품이라고 봐야겠죠. 그나마 원작을 각색하여 도스토예프스키의 아이디어와 사상을 강화해서 플롯을 스케일 크게 만든건 강우석이죠.강우석이 원작에서 그걸 끌어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작품을 영화화 한 듯 싶네요그러다보니 유목형의 인물상이 조금 틀어져서 기도원 사람들이 죽은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었지만,(공범의식 개연성 부재)뭐. 그건 어쩔수없겠죠. 주제를 바꾸고 인물 수정하다보면 아귀가 틀어지는건 뭐 필연이죠.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08.07 00:00

      물론 이해를 하려고 생각하면 끝없이 이해해줄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하지만 류해국이 서울을 안간게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부분은 어디서 아셨나요? 그에 대한 단서는 류해국이 한참 마을에 정착해서 살기로했을때하드 디스크 자료를 조사하다가 내용을 요약한 수첩이 보이면서 알 수 있죠? 마을에 처음왔을 때로서는 알기 힘듭니다. 게다가 영화 시작시에 류해국이 박민욱 검사를 엿먹였다는 부분은 알 수 있지만 그 단순한 대화를 통해서 류해국의 전체적인 성격을 끌어내는 것은 사실 상 류해국이 시비를 걸기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마을 사람들에게서 범죄의 인상을 받았다, 혹은 위화감을 느꼈다.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장치도 장례식 술자리에서 술을 주고받는 부분에서 술을 못하는 류해국에게 술을 권할 때, 마을 사람들이 서울이야기를 계속 언급할 때 말고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뒤에 사망확인서가지고 다툼이 일어났을 때가 돼서야 류해국의 성격이 깐깐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제가 볼땐 오히려 서울서 온 외지사람이 언제 자기들 마을을 떠날 것인지, 까칠하게 대하는 부분이 더 설득력 있어보입니다만 저랑은 생각이 다른신가봅니다^_^그런 이유로 류해국의 캐릭터는 치밀하고 집착이 강한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가 됐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천용덕의 자살 부분은 솔직히 홧김자살이라는게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용의주도하면서 능글맞은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자체가 이미 그를 자살로 몰고 가고 있었기에 어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류해국에 의해서 차멸을 맞이하게된 천용덕이 이에 화를 못이겨 자살한다는 부분을 이해해줄 수 있다하더라도, 류해국의 캐릭은 영화내내 나약했고, 이것이 이영지 화룡점정을 뒷받침하는 것 입니다. 아니라면 굳이 이영지의 전화목소리를 영화 마무리로 들려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각색을 통해 주제설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저도 100% 공감합니다.하지만 강우석은 원작을 매우 흡사하게 복제했습니다. 배경은 둘째치더라도, 중간에 나오는 스토리와 주요 장면들은 모조리 가져왔습니다.등장인물의 성격도 재구성하긴 했지만 그 뼈대가 거의 흡사한 상태였습니다.딱히 다른 점이 있다면 위에 언급했던, 천용덕의 홧김, 박민욱 검사의 모호한 포지션, 류해국의 나약함, 이영지의 뒷통수 정도겠습니다.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흡사한 모습이고 줄거리와 그 흐름까지도 모두 같다고 보입니다.이유는 둘째치더라도 천용덕의 말로또한 같습니다. 그렇기에 각색했으니 다른대로 봐야한다는 주장은 이런 점을 볼 때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다르게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아니라, 영화를 본 후 원작을 본 사람이라하더라도 허무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사상이 류목형 캐릭을 틀어지게 한 부분은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원작에서 류목형은 자신의 아들이 모든 것을 대신처리해줄 대리인으로 생각하면서 눈을 감습니다만,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애초에 없지요.기도원 사람들이 죽은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이 매끄럽지못한 것은 인물상이 틀어졌다기보다 그냥 설명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시간 부족이 아니었나 싶기는 합니다.결론으로 돌아와서, 각색이 다른 작품이지만 강우석은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어떤 주제를 각색해서 보여주고자 했는지 모호한 상태의 이끼를 만들어낸 것 입니다.모범답안을 그대로 배껴서, 서술부분 문체를 바꾸고 이름만 강우석이라고 쓴 것 같다는 것입니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다 라고 한다면, 애초에 강우석감독이기에 한 기대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간만에 기대되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웹툰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탄식을 자아내게 했던 수작, 

윤태호 작가의 "이끼"다. (웹툰 링크 :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list/ikki )



거의 1년만에 영화로 제작된 이끼에 대한 기대는 원작만큼이나 크다.
굵직한 선으로 표현된 인물묘사와 함께 침침한 분위기도 어우러져 끊이지 않는 긴장감은 이끼의 큰 특징이다.
특히 천용덕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묘사는 인물의 성격에 맞게 "저게 사람인가?"라고 할 정도로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를 분장효과로 얼마나 살려줄 것인가도 관심사로 남아있다.
당시 사람들은 영화화된다면 어떤 배우가 어울릴 지, 많은 예상을 했었다.
단 한자리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바로 천용덕이다.
이런 인물을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가늠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정재영의 캐스팅 소식은 그런점에서 조금은 걱정을 갖게했다. 실력파 배우지만 과연 능글능글하면서 겉과속이 다른 천용덕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재영의 캐릭터들과는 너무나 다르것도 그 이유다.


물론, 그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도 밝혔지만 그는 실력파 배우 중 한사람이고, 개인적으로 그가 출연한 영화는 재밌게 봤다. 이나영과 같이 찍은 "아는 여자"에서부터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강철중 공공의적 1-1", "실미도" 등 그의 작품에서 그는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고 이를 의심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역할에서 천용덕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런 걱정은 영화를 직접보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정재영에게도 이번 천용덕 역할은 본인에게 굳어진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살인의 추억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박해일은 류해국 역을 맡았다.
강혜정과 함께 연기한 연애의 목적에서 능청스러운 선생님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개인적으로 손꼽는 배우로 기억속에 남아있다.

이러한 정재영과 박해일의 만남은 "이끼"라는 영화를 자꾸만 기대하게한다.
눈빛속에 많은 것을 담을 줄 아는 배우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악역의 주연.
또 다른 한사람은 그에 맞서는 주연.

이 사이에서 얽히고 얽히는 수많은 배우들의 열연.

그렇기에 영화 이끼의 결말이 어디로갈지. 웹툰과 비교하게될 그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p.s : 개인적으로 이영지 역으로 캐스팅된 유선과, 검사역의 유준상의 모습도 기대가되지만, 
       이장 주변인들 역할로 나온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강신일의 연기도 기대가 된다. 
       이끼에서 이들 중 한명을 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이 있어서 천용덕이 부각되고 그와 반대되는 류해국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특별 출연에 허준호의 모습도 보인다. 류해국의 아버지역으로 잠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Favicon of http://psychos.egloos.com BlogIcon 호모싸이코스 2010.07.10 00:00

    처음에 이장역에는 변희봉씨 정도로 생각 했는데 정재영이라 처음엔 놀랐지만,분장한거 보고 이장 젊을 때 역 보고 끄덕끄덕 했는데..역시나 감독이 강우석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기대감이 확 줄어든..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07.11 00:00

      강우석 감독의 스타일로 풀어낸 이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접기엔 아까운 작품이라~_~

  • Love 2010.07.12 00:00

    친구가 시사회를 보고왔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친구는 웹툰을 보지않았지만;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10.07.14 00:00

      시사회를 봤으면 좋았겠지만, 첫개봉날 딱 맞춰서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기타 자세한건 따로 글로 적겠지만 아쉬움도 제법 있었던 영화였습니다~ㅋ

걱정스럽게 본 영화, 요가학원



공포영화는 스토리 자체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향과, 괴기스러운 분장 및 CG효과 등.
주변요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이 어설프면 딱히 공포를 느끼지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공포영화의 시작은 늦는 한국공포영화는 아직까지 영화시장에서 어필을 하지 못하는 면이 많습니다.
무미건조 백해무익 보나마나 후회만땅 등 수많은 열거를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비판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억지스럽게 공포를 강요하는 음향효과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지요(물론 이건 영화의 공통적인 특성이긴합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국 결론은 요가학원을 봤습니다.

사실 전 남자라서 그런지 요가라는 소재와 여성배우를 미끼로 하는 홍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놓고 어설프게 낚아서 한철장사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역발상적인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유진이 어떤 연기를 펼칠까 궁금했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요가학원, 소재와 이야기 시작단계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스포일링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공포영화는 시작단계에서 상당한 압박감으로 줌으로써
영화의 내용에 몰입하게하는 구조를 갖게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긴장하면서 보는 관객에게
한 방 날리는 그런 구조를 가지는 것에 반해, 요가학원은 그런 시작은 아니었습니다.

가벼운 시작, 하지만 주인공인 효정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있지요. 미스코리아 출신의 진행동료때문이지요.
그리고 흐트러진 마음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풀어보려고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외면해버렸던 친구 선화를 만나고 엄청나게 변한 모습에 놀랍니다. 게다가 그 선화는 자신의 회사 사장이죠.

만남 이 후, 급기야 회사에서 미스코리아 출신에게 자신의 쇼핑호스트 자리를 잃게된 효정은 선화에게 따지지만,
예전에 정많고 울음이 많았던 선화는 감정없는 말로 효정에게 '문제는 너에게 있다' 라는 식의 답변을 해줍니다.
당연히 그 문제라는 것, 자신의 쇼핑호스트 자리를 뺏어간 미스코리아에게 있고 자신에게 없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실제 진행은 여기서부터 진행되고, 아름다움을 얻기위한 요가학원의 생활의 시초도
여기서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CG와 음향에 관해서는 제가 둔한 편이라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많이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벅돌건물같은 배경에서 느껴지는 옛날 느낌과, 기둥과 벽이 만들어낸 양,음의 명확한 차이에서 컴컴한 어둠이
공포와 두려움을 끌어냈고, 그러한 두려움이 구석 구석 숨어있는 요가학원의 분위기는 조명은 따뜻하지만
전혀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서, 언제 무슨일이 터질까 지켜보게 만듭니다.


아쉬운 점 몇 가지 그리고 진정한 美를 잃은 사회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시작단계에서 문제의 발생과 문제의 시작으로 넘어가는 부분의 어색함을 들고 싶습니다.
현실에서 생긴 문제를 옛 친구에게 따지고, 그 친구는 아무 거림낌없이 '너한테 없는 아름다움을 찾으려면 요가학원을가라"
라는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성공한 여성으로 절대미를 가졌다는 선화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은 영화 내부밖에 없어보입니다.

영화안에서 선화의 모습을 절대 美를 가진 성공한 여성으로 표현하기엔 공포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주변에 친구도, 아무도 없는 선화의 모습에서 절대 美를 엮은 것은. 복선 혹은 반어법이었을까요?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이 추구하는 '절대미' 라는 것, 그것을 위해 모인 5명이 겪게될 고난도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물론 어떤 학원도 규칙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5가지의 규칙이 뜻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대폰금지, 단식, 거울금지, 수련 1시간이내 샤워금지, 발설금지 등 5가지의 규칙은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도구,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5명의 수련생이 가진 컴플렉스에 따라서 이것들은 그것이 족쇄처럼 다가와 어떤 피해를 받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게다가 규칙때문에 다칠 수련생도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캐릭터가 확실합니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나약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나름대로 개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학원에 저는 괜찮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아름다움, 美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들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줬다는 점 때문입니다.
각각의 수련생이 가진 컴플렉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움을 원하는 것에도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이 말은 즉 아름다움의 모습도 여러가지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것으로 보이는 효정은 지하철을 타러가는 중,
심화수련을 같이 들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사람들 속에서 찾아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이 장면은 요가학원이 단순히 한 장소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동시에 그 수련생이 단지 5명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얻기 위한 욕망을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은 쉽게 얻어지는게 아닙니다'라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아름다움을 얻는 방법, 장소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을 뿐만아니라,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5명에게 부족했던 것,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동감이 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애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고집을 부려봅니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건 사회자체가 아니라 구성원들이니까요 :)


덧 : 안타깝게도 비명소리는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습니다 ㅠㅠ 오히려 무감정의 요가마스터가 섬뜩하더군요 .

 



  • 2009.08.20 00:00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09.08.21 00:00

      후끈한무비밸리님 방문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시고, 무한한 발전 기대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zinsaya.egloos.com BlogIcon 진사야 2009.08.28 00:00

    소재에 대한 세공력이 너무나 아쉽기만 한 영화였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09.08.31 00:00

      그러게 말입니다^^ 아쉽지만 나름 가능성이 보인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PENTAX Corporation | PENTAX K10D | 1/500sec | F/2.8 | ISO-640


와우에서 나오는 생선요리가 현실에 있다면 이거보다는 푸짐했으면 합니다.
이건 1인분이네요. 배고프다.

덧붙임 : 밑에 작아서 안보이는 글 : 요리숙련중 재료만 가져오세요. 달라란 식당 (심심해서-_-)
  • Favicon of http://epo04.egloos.com BlogIcon 良군 2009.07.19 00:00

    주문력과 전투력이 증가 했슴미다!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09.07.19 00:00

      와우에서와 같은 음식이 현실에 있다면, 여러개 만들어서 무료 급식소하나쯤 세워도 될텐데 말이죠ㅎㅎ 안타까운일입니다

  • Favicon of http://sarevokk.egloos.com BlogIcon Gwoong 2009.07.19 00:00

    "바람정령의 현신이 생선요리를 준비합니다."아...근데 진짜 똑같이 생겼다..ㅋㅋㅋㅋ

  • Favicon of http://elluerva.egloos.com BlogIcon elle 2009.07.21 00:00

    와우의 요리는 오병이어의 기적인듯 ㅎㅎ

    • Favicon of http://maker04.tistory.com BlogIcon Ð현신 2009.07.21 00:00

      그렇지요. 나눌수록 기쁨이 커지니 기적이 아닐 수 없지요.